top of page

10. 사람은 사람을 바꾸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사회적 기업을 통해 이웃을 섬기는 김장기 장로

Updated: Sep 23, 2022


Q: 본인과 현재 하시는 일에 관해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신림 제일교회를 섬기는 김장기 장로입니다. SK그룹에서 30년 동안 근무하고 현재는 행복투게더라는 사회적 기업의 이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행복투게더는 어떤 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입니까?

A: SK그룹에서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으로 2014년에 만들어져서 벌써 햇수로 8년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소망교도소 (소망교도소는 수용자의 내적 변화를 통한 교정을 목표로 한국 교회가 연합해서 설립한 최초의 민간 교도소임)와 가정교회 운영을 지원하는 가정교회 사역원과이하 가사원)과 협력하여 재소자 중 자립 의지가 있는 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출소 이전부터 자립 준비를 돕고, 출소 이후는 저희 사회적 기업의 구성원이 되는 동시에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즉 한 사람의 출소자를 교회 공동체와 사업 공동체가 함께 돕는 구조입니다. 사회 기관(소망 교도소)과 기업(행복투게더) 그리고 교회(가사원)가 함께 협력하는 모델인데 한국 기업이나 교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입니다. SK 그룹이 제게 행복투게더의 컨설팅을 맡겼을 때, 저도 벤치 마크할 대상이 없는 모델이라서 신선하기도 하고 과연 진정성이 있는 시도일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삼 년째 행복투게더가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구성원들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여러 차례의 회의를 통해서 SK그룹이 단지 사회적 평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소자들의 자립에 진지한 관심과 돕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룹에서 이 프로젝트를 맡길 사람을 찾을 때, 여러 분야를 경험한 임원으로 경영과 사업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고, 또 신앙에서도 사역을 이끌어 가시는 목회자들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찾았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기독교 신앙이 재소자의 회복에 미치는 중요성을 그룹에서도 인지하고 있었고 교회와 기업이 함께 이웃을 섬기는 것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Q: 김장기 장로님께서 적임자로 이 일을 맡으셨다는 것은 기업가로서의 실력과 장로로서의 신앙이 고려되었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기업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요?

A: 제가 SK그룹에서 근무한 30년 동안 10년 동안은 기업 및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10년은 HR을 중심으로 기업 경영에 필요한 경영관리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마지막 10년은 직접 사업을 총괄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룹에서는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감당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때는 몰랐는데, 전략, 운영 그리고 경영을 두루 경험하지 않았다면, 행복투게더의 장기적인 방향을 수립하고 사업을 발굴해서 자립 기반을 만드는 일을 총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듯합니다. 젊은 나이에 교회에서 장로로 장립되어서 청년들을 섬기고 교회의 재정을 관리하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장로로서 교회를 섬기면서 배운 것도 많지만, 장로가 되면서 술을 끊기로 하나님께 약속했습니다. 제가 회사에 있는 동안 직장 선교회에 참여해서 일터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하는 열심을 내지는 않았지만, 장로가 되면서 교회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일터에서든 교회에서든 하나님의 사람으로 손가락질받을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원이 되면 최고 경영자들과 자주 식사할 자리가 생기는데 임원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칫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회사 혹은 경영자에게 충성심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몇 분의 최고 경영자를 모셨는데 저의 이런 결단을 이해해 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좀 괘씸하게 보신 분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 자기도 교회 다니는데 당신이 아는 장로들도 다 술 마신다고 하시면서 괜찮다고 한 잔 가득 부어주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웃음) 3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일했던 그룹에서 퇴사하는데 퇴직하면서 장로로서 하나님께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 후회되지는 않았고, 이제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 아내에게도 하나님께서 내가 아직 모르는 무언가를 예비하고 계실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직후에 행복투게더의 컨설팅을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저의 사회에서의 경험과 신앙인으로서의 방향이 하나로 모이는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많은 것이 부족한 사람인데 지금까지도 하나님께서 저를 인도하고 계시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행복투게더에서 목회자분들은 물론이고, 교회 안의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일 이전에는 우리 교회 목사님들 외에는 별로 교류가 없었는데, 교회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Q: 처음에 본인을 소개하실 때 장로로 소개해 주셨는데, 아마도 본인의 정체성 중에 장로로서 갖는 부분이 크지 않으시는가? 생각됩니다. 김장기 장로님께서 생각하시는 장로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까?

A: 성경에 장로들은 구약에도 나오고, 신약에도 나옵니다. 보통은 민족이나 부족에서 리더십을 가진 원로를 뜻한다고 보입니다. 심지어는 예수님을 핍박하는 바리새인들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장로들입니다. 요즘도 교회의 장로님들은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원로로서의 위치에 계신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장로들이 사회나 교회의 원로가 되었을 때,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바리새인들과 함께 있던 장로들이 떠올라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아무리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무시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것은 교회의 어른으로서도 사회의 어른으로서도 합당하지 않은 모습 같습니다. 특히 영향력을 가진 큰 교회의 장로들이 교회의 문화와 표현에 익숙해서 대표 기도 잘하는 것과 같은 모습에서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교회의 어른으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평신도를 깨운다’는 옥한흠 목사님의 책을 읽었는데,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옥 목사님께서는 목회자가 목회적 기능에 전문성을 가진 것처럼 장로들은 교회 밖의 다양한 역할에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목회자의 목회적 전문성과 장로들이 가진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능적 전문성이 어우러져서 교회의 리더십이 세워져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회 내에서도 장로들이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고 목회자를 잘 도움으로써 교회의 리더십을 바르게 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회에서 오랫동안 청년들을 섬기고 있는데 현재 교회의 리더십이 청년들의 기대치에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Q: 다시 행복투게더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교정기관과 교회 그리고 기업의 협력이 매우 신선하기도 하지만 각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지가 곧바로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설명해주시겠습니까?

A: 소망교도소에 평균 400명 정도의 재소자가 있고 이 중에서 매년 100명이 사회로 다시 돌아옵니다. 소망 교도소의 생활 환경이 다른 일반 교도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기 때문에, 신앙적인 동기가 없더라도 많은 사람이 소망 교도소로 이감되기를 희망합니다. 희망 교도소는 식사도 식당에서 하고, 재소자의 자율권을 폭넓게 인정해 주는 곳입니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많은 활동을 장려하고 소그룹 모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합니다. 실제 성도로서 인성 교육이나 신앙 교육도 제공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회심하거나 신앙을 회복하더라도 이분들을 받아줄 공동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이분들이 자기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신앙생활을 하시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이분들이 계속 교회를 나가기 어려워집니다. 직장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분들이 거주가 불안정해지고 가정이 깨어지고 다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취약한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회심하고 앞으로 잘살아 보겠다고 다짐하고 나왔지만, 사회의 현실은 결코 이분들을 반기지 않는 것입니다. 행복투게더가 신앙과 일터 공동체를 제공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불안정해도 이분들의 사회 안정성이 쉽게 위협받게 됩니다. 행복투게더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출소한 분들입니다. 우선 신앙 공동체를 통해서 이분들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나게 합니다. 그리고 일할 기회를 제공해서 안정적인 정착의 기반을 만들고 자립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게끔 돕습니다. 저는 이분들이 자립의 기반을 새롭게 만드는 데 필요한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분들이 새로운 일을 배우고 그 일에 관해 관심을 키워갈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야 합니다. 행복투게더에서 일하는 분들은 단지 월급을 받는 고용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가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면 자신이 오너가 되어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대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서 ESG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지속 경영 가능성을 의미) 경영에 대한 강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유지될 수 없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경험과 지식이 가장 많이 축적된 조직입니다. 이러한 기업의 경험과 지식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투게더에서 새로운 자립사업 아이템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차량 광택 서비스입니다. 이미 SK그룹 안에서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고, 이러한 지식은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개인 차원에서 조사할 수 있는 정보와 비교하기 어려운 방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저는 기업에서 제가 경험한 지식을 활용해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분석하여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발굴하고 그것을 행복투게더에서 실현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SK그룹 안에 중고차나 렌터카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서 행복투게더의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용이합니다.

저희가 준비하는 또 다른 아이템은 카페 사업입니다. 현재 새로 개업한 카페들이 2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이유도 있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보면, 카페를 시작하는 분들의 역량이 대부분 커피를 제조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 머신의 유지보수는 커피 맛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인데 작은 카페들에서는 장비 관리에 소홀하기 쉽고 잘 관리하지 않은 장비는 이후에 비싼 비용을 들여서 수리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장비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SK 그룹 안의 많은 사업장에서 사내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를 담당하는 공장은 근무 인원이 많기 때문에 커피 판매량이 일반 사업장보다 훨씬 많습니다. 저희는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이고 메카닉으로 커피 머신을 관리하는 기술까지 습득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이곳에서 커피에 대해서 음료 제조와 장비 유지보수를 배우고, SK그룹의 사내 카페에서 경험을 쌓으면 숙련된 카페 운영자로서 실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또한, 행복투게더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지원하고 또 자립한 기업들이 본원적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계나 인력관리와 같은 쉐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를 제공함으로써 행복투게더 자체의 지속성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를 통해서 이분들이 실력을 갖추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서 자립의 기회를 얻도록 하는 일이 매우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직접 사업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형태가 아닌 이곳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그분들이 오너십(Ownership)을 가질 수 있도록 해서, 행복투게더를 통해 사회적 기업가를 배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크리스천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A: 위에서 설명한 모델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자립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분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다른 출소자를 도울 수 있는 선순환이 작동하면 이분들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일과 가정이 회복되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앙은 공동체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람들이 진짜로 믿는지 아닌지를 분별할 지혜가 없기 때문에 이곳을 거쳐 간 사람 중에 회사를 모함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또한 그런 현상은 모든 조직에 일반적으로 나타납니다. 그 비율이 출소자가 더 높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일은 효과보다는 의미에 더 중요성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 목자였습니다. 한 명이라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면 돕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가 참 중요합니다. 저조차도 재소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분들의 경험을 전적으로 공감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출소하신 분들을 이미 출소하신 분들이 돕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분들이 출소자의 심정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행복투게더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신 분들이 다시 출소자를 돕는 선순환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열매가 맺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그 열매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크리스천을 중심으로 운영을 하는 것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교회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 공동체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공동체에 접근하기도 쉽고 또한 강력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 모델에서 자립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분들이 자립 의지가 없이 그냥 월급 받는 안정적인 삶에 만족한다면 행복투게더가 섬길 수 있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한계가 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새로운 사업가를 키워내고 배출하면 그분들과 함께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개인에게 이런 자립 의지 즉, 인생의 목적과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 줄 수 있을까요? 저는 이것이 복음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떤 의미에서는 교회의 개념이 좀 더 확대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장로님께서 행복투게더를 경험하시면서 새롭게 교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신 것이 있으십니까?

A: 지금 행복투게더에서의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이 마찬가지지만 직장 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과 교회는 다른 곳이고 서로 연결점을 찾기 어려운 곳 같은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마 각 교회에서 제자 훈련받을 때, 예수님께서 이미 오셨고, 우리가 이미 하나님 나라에 있다는 설명도 들어보셨겠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이미 와있는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곳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봅니다. 이전에도 이런 기쁨을 느꼈지만, 대부분은 교회 안에서 머무를 때 잠깐 느껴지는 것들이었다면 지금은 삶의 현장에서 그런 기쁨을 느낀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세상과 교회가 이원화된 게 아니라 같이 하나로 묶여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과 교회가 분리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가는 것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기뻐하시는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고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시는 일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일터에서 수고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지만, 또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 일들은 굳이 돈을 받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인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예배 시간 또는 기도의 시간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와 있는 하나님 나라에서 이 나라가 어떻게 하면 더 분명하고 아름답게 세상에 드러날지를 고민하고 작은 힘이나마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복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처럼 출소하신 분들께 상처가 되는 이야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출소하신 분들이 다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현장을 경험하고 계시는 장로님께서는 이런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가사원과 협력을 위한 첫 실무 협의 때, 담당자분께서 출소자들이 어떤 잘못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교회에서 성범죄자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제고되었지만, 아직도 경찰서에서 합의에 따른 조정이나 혹은 훈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검찰까지 넘어가더라도 초범의 경우에는 주의를 주고 대다수가 기소유예를 받습니다. 혹은 여기서 실제 법원까지 사건이 가도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받기 때문에 성범죄로 3년 혹은 5년 실형을 사는 경우는 그 죄질이 심각한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담당자분의 말씀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사실 교회의 절반은 여성인데 목회자 입장에서 공동체가 그런 위험부담을 떠안도록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공동체에 있는 형제 중에 절반 이상이 성범죄자입니다. 행복투게더에서 출소자 재활을 돕는 사업을 구체화하면서, 그동안 저희가 보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 지속해서 가사원과 소통하고 있는데, 최근 가사원의 가정교회 중에서 출소한 형제들을 섬기기로 결단을 내리는 교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출소한 형제들이 일부 가정교회에 속해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천안 출신으로 출소한 한 형제를 천안에 있는 가정교회 한 곳에서 받아주었습니다. 그 형제는 가정 교회 근처로 이사를 했고, 그분이 거기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렇듯이 출소자들을 교회가 껴안는 데 실제적인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재소자로 있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도 오해받고 소외당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실제로 사기 전과가 있던 분이 지역 교회로 가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습니다. 물론 담임목사님께는 이 사실을 말씀드렸는데, 교회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당시 안수집사 선출을 위한 투표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분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돌면서 과거 복역하셨던 일에 대해 교회에서 뒷말이 돌았던 듯합니다. 결국 이분은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경험하면서 성인들이 바뀐다는 일이 정말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간혹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경험적으로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을 쉽게 떨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다른 것 같습니다. 영화 밀양을 보면 하나님께 죄사함을 받았다는 이유로 주인공에게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범죄자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죄사함을 받았다면 주인공에게 진정으로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회개했다고 하지만 이런 정도에 그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망 교도소에서 검증해서 추천한 사람, 목사님의 추천한 사람 중에서도 잠시 회사에 몸담고 있다가 자기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떠나면서 회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출소자를 덥석 품어주기 어려워하는 교회들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변화시키시는 사람은 비록 적은 수더라도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 한 명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Q: 벌써 3년째 행복투게더에서 함께 하고 계시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십니까?

A: 행복투게더에서 함께 하는 친구 중에 젊었을 때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서 15년을 교도소에 있었던 형제가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에서 찬양 인도자로 섬기고 있습니다. 지금 그 형제의 모습을 보면 형제가 과거에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런 변화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저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친구는 인천에 있는 조직폭력단의 중간 보스로 있던 친구입니다. 조직 폭력배들이 하는 일들, 예를 들어 마약이나 이런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을 다 했던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어머니가 무당이었고, 결혼했는데 장모님도 무당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자기는 교회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7년 형을 받고 복역 중에 하나님을 만나서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백석대학교에서 목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와 같은 사람들을 섬기고 싶은 마음에 신학을 공부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 친구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니까, 이혼 후에 새로 결혼한 지금의 아내가 믿지를 못해서 이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부인께서 오셔서 남편의 신앙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출소자들이 출소자를 섬기는 이 공동체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곧바로 교회에 출석해서 6개월 만에 세례를 받고 지금은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분으로 인해서 처가 식구들이 모두 교회에 나오고 계시고 이 친구는 소년범들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소년범들을 꾸준히 섬기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 후배 중에 아직 복역 중인 친구들에게 한 명 한 명 편지를 보내고 섬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수입 절반은 이렇게 주변의 이웃을 섬기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 공동체를 보면 하나님께서 교회를 만들어 가신다는 것을 정말 확신할 수 있습니다.


Q: 요즘 교회의 사회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분이 말씀하십니다. 지금 행복투게더의 모습이 교회의 사회참여의 한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로님께서 생각하시는 교회의 사회참여에 있어서 바람직한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저희와 협력하고 계시는 김형국 목사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 네트워크(이하 하나복 네트워크) 운동을 하고 계십니다. 하나복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풍성한 삶 시리즈에 보면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내가 먼저 바뀌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크리스천들이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단지 이웃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영역이나, 사회적 참여 혹은 정치적 참여든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수해로 인해서 많은 이웃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있는 신림동에도 많은 분이 수재를 당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던 그 빌라에 우리 교회 교인 분도 세 가정이나 살고 있었습니다. 도림천이 범람한 것은 아닌데 급속도로 물이 불어나면서 하수도가 역류해서 맨홀에서 물이 터져 나오고 도로가 다 잠겨버렸습니다. 우리 교회도 잠겼는데 다행히 양수기를 준비해 두어서 빨리 조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 수습을 마치고 나와보니 동네가 침수되고 있어서 교회 목회자분들과 근처에 사시는 성도분들이 이웃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교회 카톡에 근처에 있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도울 바나바 사역에 대한 제안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성인이 300여 분 그리고 교회 학교에 100여 명이 출석하고 있습니다. 제가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주에 이웃을 돕기 위한 재난 지원을 위해 150여 분이 헌금해 주셨습니다. 장년 성도의 절반 정도가 참여해 주신 것 같습니다. 작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님 나라의 의를 세워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실질적으로 섬기신 것처럼 교회가 그런 섬김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선교도 좋지만, 주변의 이웃부터 잘 섬기는 것, 교회의 이름을 알리는 사업이 아니라, 이웃들이 교회가 누구인지 알도록 섬기는 일이 바람직한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지금 한국 교회를 보실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무엇입니까? 그런데도 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가장 안타까운 점은 크리스천들이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아이들이 반에서 교회 다니는 친구를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 한 반에 30여 명 정도가 있는데 이중 크리스천 찾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말입니다.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제 아들이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 10명 중에 교회를 다니는 청년은 제 아들 한 명입니다. 이 친구 중에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쓰는 친구도 있습니다. 원래는 아들 외에도 2명의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교회에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들 혼자만 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성장기를 보낸 70년대와 80년대는 교회가 양적으로 급증했던 시기입니다. 그 이면에는 기복적 신앙이나 복음을 올바로 가르치지 못한 미숙한 모습이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참된 복음의 진리에서 출발하고 하나님 나라에서 출발하는 변화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막연히 유럽의 교회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를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에 대해서 다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자들의 질적 수준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목회자 삶의 수준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국교회 전통이 있는 유럽 교회처럼 국가가 목회자의 생활을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기독교 연합단체나 교단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이라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힘을 합쳐서 대안을 찾기보다는 되려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한국 교회가 해외 선교에 열심을 내는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국내의 미자립 교회들 특히 코로나 이후로 엄청나게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은 누가 도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비판을 위한 말씀은 아니지만, 이런 안타까운 현상이 교권을 둘러싼 기득권 다툼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감사하게도 국내에서 최근 여러 가지 건강한 활동들,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어서 희망을 품어봅니다. 이런 활동들이 힘을 갖고 잘 추진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두고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