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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눈에 보이는 이웃을 섬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과 워킹맘을 섬기는 조현재 교수

Updated: Sep 23, 2022


Q: 본인과 현재 하시는 일에 관해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신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조현재입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VR 게임콘텐츠 학과의 학과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분당샘물교회에 출석하고 있고 마더와이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경적으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공동체를 섬기고 있습니다.

(마더와이즈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함께 자라가는 여성들의 모임을 지향하는 성경 공부 공동체로 1981년 드니즈 글렌 여사에 의해서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Q: 조현재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셨습니까?

A: 저희 부모님께서 원래 신앙을 갖고 계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외가는 기독교 신앙이 있으셨지만, 친가는 불교를 믿으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딸 둘을 두셨는데 제가 막내입니다. 제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이제 종교를 가져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물색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듯한데, 두 분께서 교회에 갈지 성당에 갈지 고민하신 끝에 집 근처에 있던 갈보리 교회에 나가기로 하시면서 저희도 함께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입학하고 제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는데, 그 후 한참 시간이 지나서 스물여섯 살이 되어서 직장 생활할 때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를 받은 후에도 한동안 주일에만 교회 나가는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지냈습니다. 세례를 받고 이 년이 지나서 분당으로 이사를 했는데, 당시 박은조 목사님께서 샘물교회를 개척하셨을 때입니다. 박 목사님께서 일간지에 칼럼을 하나 쓰셨는데, 어머니께서 논현동에 있는 교회에 나가기보다는 분당에 있는 교회에 가자고 하셔서 샘물교회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어머니께서는 이전 교회에 따로 등록하지 않고 예배만 드리셨는데 샘물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리시고 바로 등록하셨습니다.

그 때 처음 청년부에 속해서 공동체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지도해주신 목사님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순교하신 배형규 목사님이셨습니다. 제가 일 년 뒤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청년부 생활을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 그 일 년 동안 배 목사님께서 댁으로 청년들을 초대하셔서 라면 끓여주시고 같이 먹으면서 공부했습니다. 그 공동체의 경험이 제게는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때 같이 하던 선배 언니가 분당 샘물교회에서 파송되어서 인도에 선교사로 나가 있습니다.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크리스천이었던 것이 ‘오병이어’라는 말도 이때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유학을 다녀와서 결혼하고 2005년에 지금 근무하는 신구대학교로 임용이 되면서 다시 분당샘물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육아도 해야 하고 강의와 함께 박사과정을 진행했었기 때문에 거의 주일 예배만 드리는 생활이었습니다.

2010년 박사를 마치고 나서, 이제 다시 뭔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선 분당샘물교회의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듣고 마더와이즈와 함께 제자훈련을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평일 밤에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약간 학교 다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웃음) 학기별로 훈련받으면서 성경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고, 교회에서 진행하는 통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미국으로 연구 안식년을 가게 되었는데, 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함께 갈 수 없어서 아이 둘과 저 그리고 친정 어머니와 함께 일 년간 미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오전은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는 한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기간 중 아이들은 기독교 학교에 다니고 저는 한인교회 몇몇 집사님들과 함께 마더와이즈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분은 대학교에서 교수로 계시는 분 혹은 그 배우자거나 박사 과정에 있는 분들이라 다들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마더와이즈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겉으로는 다들 부러워할 만한 환경에 계시는 것 같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다들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더와이즈를 통해서 그런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기도하면서 은혜를 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더와이즈를 하면서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된 점들도 있습니다. 마더와이즈는 총 3개의 과정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하나인 지혜 편은 아내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다루어집니다. 제가 워킹맘이기 때문에 평소에 남편이 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힘들게 일하고 육아도 주로 하고 있으니 남편이 이것도 도와주고 저것도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혜 편의 내용 중에서 ‘돕는 배필’이라는 개념을 공부하는데 처음에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늘 남편이 저를 돕지 않아서 힘들어했는데, 성경에서는 아내에게 남편을 도우라고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였습니다. 성경의 가치관이 세상의 기준과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준 셈입니다. 특히 저는 유년기를 교회에서 보내지 않았고, 대학생이 되어서 부모님과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세상은 경쟁해야 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 역시 경쟁에 익숙했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섬기라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 마더와이즈에 모인 교수님들이나 그 배우자들 모두 이 경쟁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대학도 연구 실적이나 정교수 임용 등을 두고 경쟁이 심한 곳이라서 모두 이 힘든 도전을 감당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기대하고 도움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아내로서의 섬김이라는 개념에서 적잖이 당황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과의 갈등과 표현하지 못했던 불만들이 성경의 말씀을 통해 저희의 잘못된 부분으로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안식년이 끝나기 전에 ‘지혜’ 편을 은혜롭게 마무리했는데, '이곳으로 안식년을 온 이유가 이걸 나누기 위해서였나보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제가 안식년을 갈 순서가 아니었는데 정말 신비한 인도하심을 통해서 안식년을 갔었습니다. 그래서 안식년 중에도 왜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 보내셨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답을 찾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마더와이즈에 소개된 인물 중에 제가 굉장히 인상 깊게 본 분이 도티라는 이름의 사모님이었는데, 제가 다니던 미국 교회에 동일한 이름의 사모님이 계셨습니다. 그 사모님께서 성경 공부를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배경을 보니 교재에 나온 분과 동일한 인물 같아서 여쭈었더니 웃으시면서 자기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겸손히 말씀하시느라 그러신 것인데, 책에서 만난 분께 성경 공부를 직접 배우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어느 날,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 후배는 다른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마더와이즈를 하고 싶은데 이끌어 줄 사람이 없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후배가 몇 일만에 주변에 있던 다섯 분을 모았습니다. 이전부터 가깝게 교제하시던 분들 같습니다. 대부분 학교에 계시거나 사업을 하거나 전업주부이거나 40대 초중반의 비슷한 환경에 있는 분들로 구성이 되어서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더 쉽기도 하고 더 근본적인 어려움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래 마더와이즈는 소속된 교회에서 모임을 구성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가 섬기는 모임은 좀 예외적인 경우인데 직업적 환경이 비슷해서 더 소통이 쉽다는 점은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환경에 있다 보니 좀 더 쉽게 설명해 드리거나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마더와이즈 교제에서 중보기도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 사람의 기도를 잘 듣고 다음 사람이 이것을 반복해서 기도하는 방식이 특색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 남편과 자녀를 위한 기도를 하는데 워킹맘 그룹에서는 유독 자기 일관 관련된 기도 제목이 많습니다. 연구나 프로젝트에 대한 기도도 많고, 그런 점에서 일반 모임에서는 충분히 자기의 고민이나 기도 제목을 드러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마더와이즈를 통해 워킹맘들을 섬길 기회들을 주시고 계십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속한 교회에서 교회 밖에서 섬기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주셨습니다. 2020년에 모임이 만들어져서 그 이후로 코로나 기간에도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기도 제목을 나누며 함께 말씀과 기도로 교제하고 있습니다.


Q: 앞서서 말씀 중에 ‘아내’의 역할이 ‘남편’을 섬기는 것에 대해서 충격을 받으셨다고 하셨는데, 현대 사회에서 ‘성(Gender)’으로 인한 역할 구분은 논란이 많은 주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참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칫하면 섬김에 대한 강조가 여성의 희생을 강조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A: 물론 그렇게 이해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이 부분을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신 ‘질서’의 영역으로 이해했습니다. 성경에 보면 ‘남자’를 만드시고 ‘여자’를 만드시는데, 여자에게 ‘섬김’을 강조하시는 데에는 남편의 ‘사랑’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즉 남편이 아내를 사랑할 때,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의 질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들에게 가장으로서 세움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것을 이해함으로써 이해가 가지 않던 남편의 반응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에서 이런 부분을 질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마더와이즈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면에 이것을 새로운 발견으로 삼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어떤 반응을 의도하고 설명하지는 않고, 저의 경우에 하나님의 질서로 받아들이면서 남편들이 갖는 보편적 정서를 이해하고 또한 그것이 존중되는 것이 하나님의 바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이 점을 알고 남편을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다르다는 점도 말씀드립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설명은 이 정도이지 여기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아직 제가 풀지 못한 문제인데, 마더와이즈 교재 내용 중에 워킹맘은 가능한 일을 그만두는 게 좋다는 것으로 끝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엄마의 가장 복된 역할은 가족을 섬기는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엄마의 주된 사명이 바로 가족에 대한 섬김이라는 것인데, 제가 그것을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입장에서 늘 그 의미를 고민합니다. 저는 일을 그만두라는 의미가 정말 집안일에만 몰두하라는 뜻보다는 아내의 본분을 잊지 말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Q: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찬반이 갈리는 질문에 대해서 교회 안의 공동체와 교회 밖의 공동체에서 나누는 차이가 있습니까? 즉 교회 안의 공동체는 교회에서 강조하는 관점이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주고, 교회 밖의 공동체는 직업이나 다른 사회적 요소가 모임의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고 했을 때, 찬반의 논의가 어떻게 다른가 궁금합니다.

A: 그룹 정체성의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말씀 묵상을 나누고 교제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와의 차이점입니다. 원래 마더와이즈는 강의를 듣고 말씀을 묵상하고 만나서 교제할 때 묵상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기도를 함께합니다. 그런데 바쁘다 보면 묵상을 건너뛰고 바로 삶을 나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말씀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공동체의 정체성에 따라 어떤 패턴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말씀 묵상과 삶의 교제가 함께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삶과 기도 제목만 나누는 것은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분들과의 교제와 큰 차이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말씀이 크리스천들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고, 교제의 방향을 인도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을 함께 나누고 삶을 나누는 것과 그렇지 못할 때는 은혜의 깊이가 분명히 다른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런 은혜의 차이가 다음 모임에 대해 사모함과 건강한 공동체 유지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같은 직업군이나 사회적 공감대가 큰 그룹에서 교제하는 것은 확실히 교제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 제가 연구하는 디자인 분야의 후배들과는 더 구체적인 공감과 즉각적인 이해가 가능합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도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되고, 학교에 있으면서, 자녀의 교육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공감대도 큽니다. 때에 따라서는 경험을 나누어주는 게 후배들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장점들이 기존 교회 공동체에 속한 나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주로 속해 있는 온누리교회 예배에 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는데, 늘 모임에서 보던 분들과 예배를 드리지만, 그것은 제가 속한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좀 신기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모임 중에서 온누리교회에 속한 분 간에 더 쉽게 이해되는 교회의 특색있는 문화들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저는 확실히 그분들처럼 즉각적인 공감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그 차이가 마더와이즈를 함께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지도 않습니다. 두 개의 공동체가 있지만 각각 그 정체성은 분명히 있는 것 같고 소속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하는 간섭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교회 분들과 교제하지만, 그것이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분당샘물교회에서 하고 있는 ‘플래싱기도’라는 자녀를 위한 기도 책자가 있는데 이걸 마더와이즈 분들과 함께 매일 단톡방을 통해 나누며 기도한 것도 있고, 위에 말씀 드렸듯이 제가 온누리교회 수요여성예배에 참석한 적도 있어서 오히려 각 교회의 좋은 부분을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경험들도 있었습니다.


Q: 조현재 교수님의 신앙에서 마더와이즈 못지 않게 중요한 경험이 바로 교회학교 교사로 섬기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학교에서도 가르치는 교사로서도 일하시는데 교사로서의 섬김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A: 마더와이즈 섬김이로 섬기고, 중등부 교사를 하고 교회의 훈련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일들이 실은 다 제 시간과 직결되는 문제들입니다. 제가 훈련받고 섬기는 데 시간을 쓰느라 우리 아이들을 정작 잘 보살피지 못하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저 스스로 훈련받고 공부하는 이유는 제 세계관이 잘 갖추어져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영향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딜레마 같은 상황입니다. 저희 큰아이는 10개월부터 어린이집을 풀타임으로 다녔고, 둘째도 20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 저도 공부하고 제 자리를 잡기 위해서 노력하던 시기라 시간상으로 충분히 아이들에게 베풀지 못한 것 같은 부채감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올바로 서지 못하면 아이들을 과연 신앙적으로 길러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고 저부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제가 훈련받고 공부하지 않을 때는 세상의 가치관대로 경쟁하는 삶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돈을 더 벌고 그런 삶을 추구했습니다. 제가 박사를 끝냈을 무렵에 교회 담임목사님께서 바뀌셨는데, 제게 예배 광고 시간에 사용할 PPT 템플릿을 디자인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에서는 박사를 해서 더 좋은 커리어를 갖고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것인데, 교회에서는 그런 재능이나 전문성을 섬기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전공한 디자인이라는 전문성으로 섬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했고, 분당샘물교회에는 장애우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워크숍을 준비해서 다섯 차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작지만 섬김의 삶을 제가 도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딸에게도 섬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제가 교육받고 실천하다 보니 자녀에게도 섬김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고 권면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문대학입니다. 전문대에 오는 학생들은 일반 대학교에 비해서 학생간의 편차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무기력한 아이들부터 고등학교 때는 집중하지 못하다가 대학에 와서 역량을 발휘하는 친구들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섬기는 삶을 강조하다 보니 저는 무기력한 친구들에게 더 눈이 가곤 합니다. 제가 섬겨야 하는 대상이고 무기력을 극복하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할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도 사춘기 자녀를 키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때 부모가 영향을 주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제 아들과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우리 아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주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저 역시 제게 주어진 환경에서 누군가를 섬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하게 지금 아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열심히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고3을 보낼 때, 매일 일기를 썼습니다. 제목을 고3 엄마 일기라고 붙였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들을 위해서 단 한 줄이라도 기도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워보니 학교 학생들의 부모님들도 더 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부모님께도 전화를 드려서 같이 공감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도와주고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친구들도 너무 많습니다. 저 역시 몇 년 전에 공황장애로 치료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로 고통받는 친구들에게 “나도 그랬어, 약 먹으면 나아지니까 병원 치료 잘 받아보자.”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제가 겪은 어려움이 누군가를 공감하고 또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코로나 상황이 시작되었을 때, 저희 과가 처음 시작했습니다. 40명 한 반으로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니까 학교도 우왕좌왕이고 당시에 온라인 수업이라는 개념도 없었기 때문에 2주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냈습니다. 그런데 부모의 입장을 경험해 보니까 부모님들의 마음이 짐작되었습니다. 40명 부모님께 모두 전화를 드려서 학교의 방향을 설명해 드리고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후에 학교를 잘 나오지 않거나 하는 아이들은 확인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 친구들이 지금 3학년이 되어서 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 계시지만 교수님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리는 사례는 일반적으로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A: 저 역시 잘하는 친구들의 부모님까지 전화하지는 않습니다. (웃음) 제가 전문대에 온 이후 한동안 4년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보려고 시도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섬길 자리가 바로 여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니까 이곳에서 섬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나를 여기에 두셨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 눈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섬기는 것이 내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정체성이 분명해지니까 실력을 키워줄 애들은 실력을 쌓도록 하고, 우울한 애들은 거기서 끄집어내 줘야 하고 그렇게 아이들을 바라보다 보니 제 역할이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Q: 교회 학교에서 중등부를 섬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교사를 시작하셨나요?

A: 직접적인 계기는 저희 큰 아이가 중3이 되면서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된 일이었습니다. 사실 중학생이 되면서 교회와 멀어지는 경우가 아주 드문 것은 아닙니다. 보통 초등학교까지는 부모와 같이 목장 예배에 참석하다가 중등부에 가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이 속하는 공동체가 사라져버립니다. 특히 사춘기를 겪으면서 교회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가정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빠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섬기는 대부분 그룹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입니다. 워킹맘도 직장인과 엄마라는 공동체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사각지대이고 학교에서도 학교에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연장선에서 중등부에도 사각지대가 보였습니다. 마침 저희 딸아이가 중등부에 갈 나이가 되었고, 중등부 교사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나와서 주저하지 않고 자원을 했습니다. 제가 겪은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은 부모와 대화를 단절한다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 중학생이 있는데, 이 친구가 부모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교회 교사와도 원활하지 않다면 이 아이의 신앙을 지도할 모든 연결 고리가 다 끊어지게 됩니다. 한 부분이라도 연결되어 있으면 아이가 사각지대로 빠지지 않을 텐데, 제가 직접 아이가 사각지대에 빠진 것을 경험해보니 그런 연결을 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아이들과의 소통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부모님과 소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신앙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로따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교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코로나가 터지게 되면서, 재미있게 준비하던 반 모임도 진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줌을 이용한 반 모임이 활성화되기 이전이었지만, 저는 아이들의 목장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아이들과 전화하면서 기도 제목 나누고 통화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도 저도 온라인 학습이 익숙해지면서 매주 줌에서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나눔이 안정화되니까 아이들은 곧잘 적응해서 생활도 잘 나누고 자기의 묵상도 잘 나누고 있습니다. 마더와이즈에서 느낀 것처럼 묵상이나 예배 설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삶과 기도 제목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후에 아이들의 기도 제목을 다시 정리해서 부모님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교제가 안정되면서 아이들이 서로를 섬기는 모습도 보고 있습니다. 고민에 대해서 교사가 굳이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해주고 자기 경험을 나누어주면서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봅니다. 결국 제 섬김은 제가 느꼈던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작은 도전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교회와 학교 혹은 교회와 사회에 걸쳐있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말씀을 보고 기도하면서 공동체를 세우는 것 그리고, 교회에 속하지 않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는 것입니다. 말씀드리고 보니 그냥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Q: 혹시 학생들과 생활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부모님들께서 일반적으로는 감사하게 생각하시는 데 반대로 부모님께서 항의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학생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몹시 화를 내시면 아이가 중간고사를 보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중간고사도 안 봤는데 학교에 왜 오느냐고 올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하셨습니다. 학생이 거짓말을 했는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저로서는 확인이 어려웠지만, 아버님께서 아이를 휴학시켰고 학교에 다시는 보내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섬김의 삶에서 늘 아름다운 결과만 있지는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줍음이 많은 친구들 중에 제가 친구로 사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줬던 친구들이 서로 잘 지내서 학교 밖에서도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Q: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십니까?

A: ‘사각지대’라는 표현을 말씀드렸는데, 이 키워드가 제 역할과 또한 우리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말씀은 아니고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자기 눈에 보이는 사각지대를 섬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 교회를 보시면서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데도 한국 교회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요즘 기독교가 욕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교회 안에 열심히 섬기는 분들도 많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미디어에서 희화화되어서 나오는 교회의 모습들을 보면서 교회가 좀 더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의 모습이 대도시의 큰 예배당에 나가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것은 아닌가 돌이켜 봅니다. 이런 모습이라면 교회의 모습이 위선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이웃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위한 종교처럼 보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더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낮은 자리가 앞서서 말씀드린 바로 그 사각지대 아닐까요? 사각지대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입니다. 드러나기보다는 숨으려는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그 자리에서 섬겨주고 그들의 빈 곳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 선한 울타리라는 사역하시는 장로님이 계십니다. 보육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서 퇴소하는 청년들을 섬기는 사역입니다. 교인들이 헌금하면 그 헌금으로 장로님께서 집도 알아보시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제공합니다. 사업가이시기 때문에 자기 사업도 매우 바쁘실 텐데 거의 직업에 쏟는 열정과 에너지를 쏟으시면서 그렇게 섬기십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교인들의 헌금을 사역팀이 쓰지 않습니다. 모두 섬기는 대상을 위해서만 사용합니다. 섬김에 들어가는 활동비는 모두 자비량으로 하십니다. 그 활동을 10년 넘게 하고 계십니다. 우리 교회에 선한 울타리에서 보호 받은 청년들이 다시 우리교회 청년회를 섬기도 중고등부를 섬기는 선순환도 있습니다. 이 장로님도 처음에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이 문제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하셔서 시작하신 일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자녀가 있으면서도 이미 두 자녀를 입양하신 분인 걸로 아는데 자신이 입양하지 못한 보육원 아이들도 눈에 밟히신거죠. 눈에 밟힌 그 일을 하신 것입니다.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소하지만 이웃을 위해 반찬을 만들고 나누는 일들 또한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누는 마음, 섬기는 손길들이 있으니까 희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을 드리고 보니 저 자신에 대해 부족함이 느껴져서 저부터 더 실천하기 위해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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